통속적으로 '저속'하고 '나쁜 취향'의 시시한 사물과 이미지를 총칭하는 키치는 현대 산업 사회에서 소비가 파생시킨 문화의 한 범주로 출현했으며 현대 사회가 제공하는 물질적인 풍요는 인간 삶의 일차적 필요성에 끊임없이 부응해 온 반면 통제 범위를 넘어선 사물 및 이미지의 통속화(비전문적, 대체로 저속하고 일반 대중에게 쉽게 통할 수 있는. 또는 그런 것)를 초래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통속화 현상은 디자인에서 평가 가치가 부재한 사물과 이미지의 범람을 초래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디자인이 지닌 본래의 기능에서 생겨나지 않은 어떤 무엇인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고정관념적인(Stereotype) 대량 이미지 복제로 인한 의미 작용의 빈곤, 과잉적 기호 생산과 하찮은 것들에 대한 예찬 등으로 성격될지 모르나 한 가지 주목할 사실은 키치를 자신들의 삶 속에 끌어들여 탐닉하는 사람들은 '높고 고귀한 기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것을 어떻게 비난하든지 상관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풍부함, 우아함 또는 세련되고 분위기 있는'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나름대로의 '진지한 태도'를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즉 키치적 사물과 태도는 언제나 평균적인 사람들을 위해, 평균적인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키치가 '쓰레기와 같이 하찮은 것'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일상의 삶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면서 사회 안에서의 성공을 확인시켜 주는 물질적 자기 긍정, 물질적 소유에 따른 정신적 쾌감 등 일상의 삶 속에서 쾌적함, 편안함, 안락함 등 의식적으로 상류 계급을 흉내 내는 자축이며 전통적인 미학이란 관점에서 분석이 제외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무차별적인 키치의 범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비평적 분석은 미흡한 실정이며 키치는 현대 소비 사회의 성격을 이해하는 중요한 기준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결코 쉽게 다룰수 없는 주제이기도 하다. 과연 키치에 담겨진 미적 특성은 무엇이며 그것이 현대 소비사회이 구조와 패턴 내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 키치의 발생과 역사적 맥락을 파악하고 살펴보고자 한다.
키치에 대해 언급했던 미술 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그의 글 '아방가르드 키치'에서 서구 산업 사회에서 출현한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전위(아방가르드/Avant-garde)'에 상대되는 '후위'의 개념으로 보았다. 그는 키치의 만연된 모습이 "대중적이고 상업적인 예술과 원색 화보가 있는 문학지, 잡지의 표지, 일러스트레이션, 광고, 호화판 잡지나 선정적인 싸구려 소설, 만화, 유행가, 탭댄스, 헐리우드 영화 등"에 나타난다고 보았으며 이는 대부분의 문화, 예술 비평가들에게 키치는 기존 문화의 가치를 낮추고 천박한 복제품을 위해 날재료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위조되고 거짓 감각의 '저속한 대중적 취향'의 의미로 비쳐져 왔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저속하고 아닌지는 특정 관점 또는 미적 감수성의 판단에 근거해 구별되기 때문에 키치의 이해는 취향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취향은 키치를 이해하는 첫 출발점이며 인간은 오랜 역사를 통해 좋고, 싫음을 구별하는 행위를 해왔다. 하지만 '취향'이라는 용어가 미적 감수성의 척도로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 프랑스였으며 소위 상류 계층이라는 높은 교양을 지닌 사람들이 다양한 미술, 장식미술(현대의 디자인), 문학 사이에서 '좋은 것'을 구분하기 위해 명확한 저의와 기준이 필요했던 시대에 개념화 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상류 계층인 지성인과 예술가들은 파리의 '살롱'에 모여 우리가 미학이라 부르는 '미의 과학'에 대해 거드름 피우며 격식있게 갖춘 대화에서 취향을 이야기 했으며 이들은 지적 생산력의 우월감과 그것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힘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들의 취향이 영혼에 추가된 새로운 감각 또는 재능으로 여겼고 자신들 이외에 일반인이 갖는 주관적인 판단은 일종의 독약과 같은 유해한 것으로 여김으로써 일단 자신들에 의해 보편적인 취향이 설정되면 부도덕과 무지가 사회로부터 사라질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그러나 19세기 중반 산업혁명으로 초래된 새로운 시대는 대부분의 사회 계급을 소비자로 바꾸어 놓음으로써 취향이라는 문제를 역사의 흐름 정면에 부각시키기 시작했으며 사회 구조의 변화, 상품 생산과 공급의 변화를 가져왔다. 산업혁명은 사회의 경제적 기반에 거대한 구조적 변화를 유발하면서 과거 농촌에서 유입된 도시 서민들에게 풍요한 물질적 기반과 보다 나은 교육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노동자로 도시에 거주하는 과거 농부들과 중산 부르조아들은 그들이 향유했던 과거 전통 문화와의 접촉을 상실하고 대신 새로운 산업문화가 만들어 낸 '산업생산품'을 제공받게 되었다.
산업혁명이 초래한 두번째 결과는 대량 생산이라는 기술적 진보에 의해 상품 공급 능력이 엄청나게 팽창했고, 전보다 더 풍부해진 상품 공급은 소비자 상품의 사회적 반경을 '아래로' 확대시켰다는 것이며 바로 이 시기에 '키치'라는 용어가 출현한 것이다. 이와 같이 키치는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근대적 시점에서 형성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1860년대 독일 뮌헨의 미술가들과 화상들 사이에서 통용되던 속어로 싸구려 미술품을 지칭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해 20세기에 들어 보편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키치의 어원은 '싸게 하다 또는 싸게 만들다'를 의미하는 독일어 'Kitschen'과 싸구려 물건을 헐값으로 마구 팔아치우는 일종의 '덤핑 판매'를 의미했던 'Verkitschen'과 동일한 맥락을 공유한다. 이런 의미에서 키치라는 용어 속에는 처음부터 '윤리적이지 않은', '진품이 아닌'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었다고 할 수 있다. 키치는 20세기에 들어와 산업 생산이 본격화되고 소비가 증가하는 시점에서 의미가 더욱 확장되어 일상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결과로 현대 소비 사회에서 키치의 범위는 액세사리, 민속품의 장시굴, 기념품 등의 저속하고 시시한 물건들의 총체로서뿐만 아니라 회화와 조각 등의 순수 예술 영역을 넘어서 공예, 디자인, 건축 심지어 TV프로그램에서부터 광고 커머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되었고 일상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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