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의 본질과 행위에 대하여

인간은 사회라는 제도를 기반으로 공존하며 삶을 영위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외적 세계를 구성하는 다양한 사물들이 인간의 내적 세계와 교감을 이루는 매개체로 사용되는 것이 '의미와 상징'이며, 디자인은 이들 창조에 깊이 관여한다. 또한 점점 고도화 되고 있는 정보통신 산업사회에서 '다원주의(Pluralism)'라고 하는 사회와 문화의 전반에서 목격되는 일반적인 특징은 '수평적 다양성'을 이루고 있으며 이러한 현대 사회에서 다양성을 이루고 유지시키는 원리는 바로 '소비'라고 할 수 있다. "소비는 물질적인 사용도 풍부함의 현상학도 아니다. 의미있는 실체를 지닌 그 모든 것은 조직에 의해서 정의된다."라고 보드리야드는 소비에 대한 정의를 주장했다. 이는 소비의 대상이 기능이나 사용가치가 아닌 사회적 맥락속에서 형성된 구조적 기호 관계라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디자이너는 사회로부터 새롭게 요구받고 있는 역할로 '인간과 사물과의 과계와 그것을 바탕으로 형성하는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현상에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며 균형있는 사회, 문화를 구성하고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오늘날의 디자인, 학(學)이란 관점에서 가장 의미있는 발전은 '디자인 능력'이라는 선천적 재능을 발견하고 중시해 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국의 니이젤 크로스 교수는 "이 미숙한 학문-디자인학은 40여년 전에 처음 등장하였다-자연적인 디자인 능력을 무시하고 디자인을 과학화하려는 강한 열망에 기초하여 등장하였다. 그것은 디자인을 과학화 형태로 재창조하여 전통적인 디자인 활동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열망이었다. 이러한 본래의 목적은 디자인을 신성한 예술로 보고 영웅적 디자이너를 신성시했던 이전의 관점에 대한 반발이었다."라고 디자인학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시작으로 디자인은 스스로가 전통적인 예술의 영역을 벗어나 경제 논리를 바탕으로 여러 부분야 산업에 종속되어 많은 생산물들을 만들어 냈으며 산업의 관점에서 합목적성이 부합되도록 여러가지 부차적 기능과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은 신흥 권력자인 자본주의의 역사적 특정 단계에 출현했으며 산업적 부의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을 감추어 왔다. 그리고 디자인은 스스로를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것으로, 단지 문화의 부수적인 부록으로 격하시켜 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의 디자인은 산업이란 영역을 넘어 사회적, 문화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에 기여한 세 가지 기본 요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쨰 요인은 공예의 생산기술이다. 이것은 자연의 구성 원리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점진적으로 축적됨에 따라 얻어진 것이며 이 생산 기술은 기계, 대량생산, 컴퓨터의 생산기술로 이행해 왔고, 실제로 유물론적 입장에서 디자인의 원형은 자연과학과 수학에 의지하는 엔지니어링이었다. 두 분째 요인은 제품의 사용을 규정짓는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등에 필요한 이해이다. 실무적인 기계기술과 엔지니어링은 디자인의 기본 사례들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산업디자이너는 자신의 제품과 관련된 특정한 행위들을 제안하는 특수한 전문가라고 인식한다. 세 번째 요인은 형태가 지닌 심미적 호소력에 대한 인식이다. 이는 지각 심리학이나 사회과학의 제반 분야에서 발전한 '예술과학'의 정립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의 본질은 산업의 관점에서 과학에 근거하지만 자연의 관점에서는 미학을 통해 감정의 욕구를 다룸으로서 어느 하나의 개념으로 지칭할 수 없는 동일한 실체의 양면성을 갖고 있음으로 그 범위를 확장 할 수 있으며 행위를 지향하는 심리적 내적활동으로 인간의 삶에 원형적인 실용주의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디자인이너들이 자신들의 능력에 대해 논의하거나 자신들이 일하는 방법론을 설명할 때 몇가지 공통된 주제가 등장한다. 그 중 하나는 창의력과 직관의 중요성으로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주관적인 생각에 기초한 직관적 일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디자인에서 문제와 해결방식이 긴밀하게 상호 연관되어 있다는 인식 즉, 해결방식이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해답이 아니라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세 번째는 문제와 해결 방식을 탐구하는 방법으로, 또는 복잡한 디자인에 직면했을때 이를 어느 정도 진전시키는 방법으로 모든 종류의 스케치, 드로잉, 모델링 등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들의 일하는 방식의 대부분은 스케치를 통해 그 상황에 대한 최초의 인식에 따라서 이를 구체화 한다. 그러면서 그 상황에 반응하고 디자이너는 또 다시 이에 응답한다. 그러므로 디자인 행위는 근본적으로 사고와 커뮤니케이션의 비언어적인 매체에 의존한다.  디자인 행위의 이러한 뿌리 깊은 측면은 아마도 디자이너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언어로 나타내는데 대해 전통적으로 거부함과 무능력 또는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성적 사고 등을 동시에 가지게 된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디자인 행위를 언어학적 용어들로 설명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디자인 행위에 대한 능력을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지향하고 표현한다는 측면에서 디자인 행위의 핵심 능력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1) 잘 정의되지 않은 불분명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능력

2) 해결중심 전략들을 채택하는 능력

3) 유추적/생산적/병치적 사고를 통해 해결하는 능력

4) 비언어적 그래픽/공간적 모델링 등 도구를 사용해 해결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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