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있어서 '스타일(Style)'의 문제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과 이론가들에게 무시되었거나 피상적으로 다루어져 왔다. 특히 대부분의 산업디자이너들은 '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산업 제품과 양립할 수 없는 개념으로 파악하거나 더 나아가서는 디자인의 본질적 개념을 훼손하는 것으로 간주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기계 미학의 순수주의라는 모던 디자인 운동 속에서 뿌리 깊은 이데올로기적(ideology) 인식에 그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모더니즘 최초의 충동은 기계의 긍정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디자인에 있어 어떠한 연상적 의미도 배제시키는데 있었기 떄문에 형태가 파생시키는 형식성은 2차적 또는 비 본질적인 것으로 간주했으며 즉,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기능주의 신조에서 형태란 기능적 요구 조건을 충족시키고 남은 잉여 부산물 정도의 가치에 지나지 않음을 강조했던 것이다.
스타일의 문제가 회피되어온 또 다른 맥락은 디자인이 일반 예술과 분리되는 과정에서 모던 디자인이 취한 자의식에서도 드러난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산업 사회에서 요구되는 그들의 행위가 예술이 추구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사실 초기 모던 디자인은 기존의 예술이 대중에게 제공해 왔던 것에 반발했는데, 그것은 예술이 대중적 취향에 기반을 두지 않았으며 지적 교육을 받은 특정 계층이 향유하는 예술로서, 해석이 난해한 전시회를 통해 창조하고 유지해 나가고 있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따라서 스타일의 개념은 예술의 전통 또는 그것의 역사가 파생시킨 산물로 간주되기 시작했고 디자이너 또는 이론가들 스스로 스타일의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은 디자인 안에 속하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이 같은 자의식이 초기 모던 디자인 내부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였다. 그것은 모더니즘의 전체적인 맥락속에서 파악되어야 하며 '분리를 통한 자기-정체감의 설정'은 초기 모던 디자인 자체만의 목적이 아니라 전체 모더니즘의 영역을 초월한 본질에 해당하는 부분인 것이다.
이는 초기 모더니즘의 시대적 범주에서 모던 디자인이 예술로부터 이탈을 시도했던 것고 마찬가지로 모던 예술 역시 타 영역과 분리를 원했다는 점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모던 예술은 (특히 회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그 자체가 파생시키는 경험의 유형이 다른 유형의 활동으로 획득할 수 없는, 그 자체의 고유한 가치를 갖는 것임을 예시함으로서 스스로를 드러냈다.
따라서 예술 역시 그 자체의 독특한 조작을 통해 독점적인 효과를 결정해야만 했고 이렇게 함으로서 모던 예술은 자신만의 자체 영역을 확고히 확보하게 되었던 것이다. 모던 디자인과 예술의 분리, 독자적 영역을 확보를 위한 시도는 매체의 성격을 어떻게 즉각적으로 취하면서 독특한가에 의해 이루어졌다.
예를 들어 모던 예술은 회화적 공간에 있어 '평면적 순수함'을 모던 디자인은 산업 생산에 의한 '기능적 순수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디자이너들은 대중을 위한 익명의 봉사자로 간주하게 되었고, 여기서 대중에 대한 서비스 개념은 바로 디자인이 충족시켜야 할 요구 조건으로 설정되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디자인의 본질은 대중의 반응을 종합해서 의사결정에 반영시키는 모습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따라서 디자인의 기능적 순수함을 위해 초기 모더니스트들은 디자인의 내적 구성 원리로서 비심미적 목적을 위한 사물의 적합성을 위해 철저히 다른 유형의 예술 형태들과의 연계성도 거부함으로서 자신들의 행위를 기존의 역사는 물론 다른 예술 형태들과 구별시킴으로서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하고 만들려 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일이란 개념은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스타일이란 특정 문화가 세계관을 그려 내는 방법을 의사 소통하는, 재현의 테크닉이다"라는 사이퍼(Willie Sypher)의 정의와 "스타일은 어떤 형태로 세계를 정제한다"라는 뵐플린(Wöelfflin)의 정의로부터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의들은 개념적 광의성 때문에 스타일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가능하지 않다.
스타일 개념의 모호성은 어원적 의미가 근본적으로 이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데서 유래하는지도 모른다. 하나는 그리스 어원인 'Stylos'로부터, 다른 하나는 라틴 어원인 'Stilus'로부터 유래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철자와는 별개로 'Stylos'의 어원적 채택은 고대 지중해 건축 양식의 기둥의 형태와 주로 관련되는 반면, 로마인의 필기 도구에서 유래된 'Stilus'이 채택은 작문에서의 문체와 관계를 갖는다.
하지만 어원론적인 전통에서 'Stilus'가 갖는 문학적 연상이 건축적 의미에서 유래된 'Stylos'보다 용례적 범위가 넓게 적용되었으나 시각예술을 나타남에 있어 'Stylos'의 의미적 채택은 후에 시각 예술의 스타일을 논할 때 형식의 유형과 성격의 분류에 해당하는 의미를 부여받게 되었던 것이다.
'Stylos'라는 그리스 어원은 언제나 공간적 조직의 예술에 적용되어 왔으며 반면에 라틴어 어원의 'Stilus'는 언제나 일시적 형태의 예술에 있어 사적인 특정 성격과 관계되어 왔던 것이다. 즉 문학에서 'Stilus'로부터 취해진 스타일의 용례는 흔히 단어의 선택, 문법, 구문, 문장 구조 등의 디테일에 제한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Stylos'로부터의 스타일 의미는 시각적 또는 공간적 조직에 적용된 어떤 유형을 분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각 예술에서 채택되었으며 그 결과 이러한 이중적 '스타일'의 어원적 역사는 각기 시대와 공간에 따라 그 의미를 달리 해온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스타일의 개념이 갖는 인과 관계를 밝히고자 1950년대 이래로 사피로(Meyer Schapiro), 에커만(James Ackerman), 곰브리치(Ernst Gombrich)에 의해 쓰여진 스타일의 이론에서 다루어졌다. 이들의 문헌은 스타일이 적용될 만한 영역을 한정시키고 축소시키려는 미술사가들 사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사피로는 주로 결과적 산물의 속성임을 암시하는 정의를 내렸으며 스타일을 개인과 사회의 예술에 있어 '일정한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스타일에 의해 의미되는 것은 한 개인 또는 집단의 예술에서 일정한 형태, 때로는 일정한 요소, 질 그리고 표현을 뜻한다"고 주장했으며 "스타일은 내적인 질서와 표현성을 갖는 일종의 언어와 같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스타일이 "중요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문화의 모든 예술에 의해 공유된 형태와 질들 속에서 나타내는 것"으로 주장했다.
에커만은 스타일의 개념을 철저하게 산물의 속성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며 예술의 개별적 작품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했다. 그는 "예술의 연구에 있어서는 제도나 사람들이 아닌 작품들이 주된 자료이기 때문에 그것들 속에서 융통성 있는 어떤 성격을 반드시 찾아야 하고, 그러한 성격들의 구별될 만한 총체성"으로 규정했다. 따라서 에커만은 예술의 개별 작품을 스타일에 의해 드러난 역사적 과정의 주된 운반체로 간주했던 것이다.
곰브리치는 스타일을 행위로서 규정하고 있는데 즉, 스타일을 일련의 절차들 사이에서 취해진 선택의 문제로 규정함으로서 사피로와 에커만의 견해와 구별시키고 있다. 그는 "스타일은 한 행위가 수행된, 한 인공물이 만들어진, 또는 수행되어야 하고 만들어져야 하는 어떤 뚜렷한 그리고 따라서 인식될 만한 방법"이라고 규정했다. 곰브리치의 견해는 '일정한 형태'는 모든 경우에서 변하기 쉽고 따라서 스타일의 역사는 계속적인 변화의 역사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 산물로서와 행위를 수반한 과정으로서의 스타일의 이원적 대립 양상은 같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는 우리는 경험이라는 외부적 현실(산물로서의 스타일의 의미)에 관련된 의식과 내부적 인간의 자의식(과정으로서의 스타일의 의미), 이 두 가지에 의해 총체적으로 이루어지기 떄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예술 작품의 연구에 있어 "외적인" 산물로서의 작품 그 자체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와 작가의 '내적인' 생성 과정이 무엇이었는지를 반드시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양면적인 스타일의 개념은 디자이너가 만들어 내는 인공물(공간, 제품, 그래픽 이미지, 패션 등)과 사회가 그 인공물에 부여하는 의미, 그에 따른 상호작용으로 파생하는 존재적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 스타일은 인공물들이 어떻게 지각되고 경험되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떤 인식 작용에 의해 파생되는지에 관한 생성적 의미를 동시에 갖는 것으로 '디자인' 그 자체의 원리들로부터 형상화해야 할 디자이너의 복잡한 '내적인' 행위 과정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존재하는 이데올로기적 사회, 문화, 역사, 과학 등 '외적인' 현상들까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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