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illustration)

"물체에 빛을 비추다 또는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이끌다'라는 의미의 일러스트레이션은 보편적으로 사상이나 내용, 물체 등을 그림으로 시각화하면서 조명, 증명, 개발해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 또는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리는 도표나 그림 등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술의 학문적인 의미에서는 이를 순수미술 안에서 전통적인 인체 묘사를 드로잉 하거나 페인팅에 의해, 타인을 위해 텍스트와 함께 출판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그림 또는 어떤 특정한 용도를 위해 주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그림을 '일러스트레이션'이라 한다. 

 

스트븐 헬러(Steven Heller)와 리타 탈라리코(Lita Talarico)가 쓴 《북 디자인 캐리어(Book Design Carreer)》에서는 "페인팅이나 드로잉, 콜라주나 각종 이미지 형상들을 장식을 위해서 또는 글과의 다리 역할을 위해 쓰이는 것"으로 일러스트레이션에 대한 정의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은 목적에 따라 출판 일러스트레이션과 광고 일러스트레이션 두 분야로 나누어 볼 수 있으며 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이 둘 중 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분명 순수 미술의 성격을 띄고 있는 한 분야이면서도 동시에 순수 미술과는 구별되는 목적 미술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이 목적 미술인 이유는 그림 자체로서의 가치보다는 글의 내용과 연계되거나 광고를 위한 커뮤니케이션이 전제된, 출판을 위한 그림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대부분의 일러스트레이션은 글의 내용이나 주제의 단면을 상징적, 풍자적, 해학적, 설명적으로 때로는 장식적인 그림으로 목적에 따라 가시화시켜 글이나 문구와 함께 사용하거나 북 커버(책표지)나 포스터, 광고 등을 위해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려진 일러스트레이션들의 결과물은 동시대 사회와 문화의 살아있는 역사가 되어 전통과 이성, 생활 등이 내포되어 있는 시대적 증거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는 일러스트레이션에서 다루어지는 대부분의 영역이 동시대의 유머감각이나 취향, 생활습관, 문화의식, 경제상황까지 폭 넓게 주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레이션의 장점은 사진으로 표현이 불가능한 부분을 작가의 관점에서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것 이외에도 기계적인 표현을 벗어나 작가의 개성이나 경험과 철학을 토대로 한 예술행위로서, 더불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미술 형태를 통해 새로운 각도의 시각에서 문제를 제시하거나 해답을 준다는 데 있으며 그림으로 대중이란 독자들을 이해시키고 교육시키며 또한 상상의 폭을 더욱 넓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러스트레이션이 매체로서의 역할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합목적적 수단으로 어떤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는 뉴스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 있으며 특수한 지식을 제공하는 인포메이션 기능, 그리고 일반적인 경우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즉 스토리텔링 기능이 있다. 항상 인쇄물 상태에서 대중들에게 접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최초의 뉴스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란 거의 없으며 일종의 보완적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갖는 것이다.

 

특수한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을 가진 일러스트레이션이란 문자나 사진으로 전달할 수 없는 특수한 구조적 설명이나 상황을 알기 쉽게 그려놓은 전문잡지, 과학잡지, 의학잡지, 생물도감 등 시각적 설명을 필요로 하는 분야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말한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기능이란 일러스트레이션이 갖고 있는 보편적이면서 일반적인 인간의 정신, 물질적 생활과 관련된 여러 가지 내용을 시각적인 방법을 통해 이야기함으로서 책에서 사용되어지는 것을 말한다.

 

둘째, 비판 및 교육의 기능을 갖는 것으로 인간의 오감중에서 지식을 흡수하는 원천으로 시각이 대부분 차지하는 것은 오늘날의 현대 사회가 시각문화 중심의 시대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1920년대부터 안전제일 운동이 사회적으로 전개되어 도로안전, 안전교육, 가정에서의 안전훈련 등에 있어서 일러스트레이션 위주로 포스터에 활용, 많은 효과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초등학생들에게는 사실적 표현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사용하였다.

 

또한 외국의 많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은 어린시절 그림책을 보면서 이야기에 감동하고 습작으로 그리기 시작한 경우가 많았으며 오직 그림책만이 유일한 대화 상대였다고 한다. 이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인간이 갖추어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과 자격이 학교 교육이나 도덕 교육만으로는 이루어 질 수 없으며 넓은 관점에서 사회 교육으로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의 기능적 중요성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러스트레이션의 교육적 기능은 정서, 시각 순화교육으로 병행되고 지식교육이 아닌 전인교육, 사회 공공교육으로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성장할 수 있는 방향성을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일러스트레이션은 저널리즘으로서의 가능성을 무한히 지니고 있으며 사회의 공동선을 추구하는 시각언론의 역할, 부패한 정치적 청정제 역할을 해야 하며 또는 했던 것을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셋째,  일러스트레이션을 통해 미술의 대중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순수 회화가 창작자 지향성인 반면에 일러스트레이션은 수용자 지향성 문화로 책이나 음반, 영화 등에 있어서 품격의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대량 생산되어 분배가 가능하며 회화의 경우 원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의 수용자란 일부일 뿐, 나머지 대부분의 수요층들은 복제된 인쇄물을 통하여 대리 만족한다. 따라서 일러스트레이션은 인쇄를 전제로 한 복제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중화 된 미술이면서 고급문화의 성격을 지니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일러스트레이션은 유일한 상품 가치로서의 '소유'가 목적이 아닌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향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미술이 되는 것이며 계층에 관계없이 심미적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모든 인간에게 수용되는 것이다.

 

넷째, 일러스트레이션은 본질적으로 동시대의 기록으로 이는 기계에 의한 복제성으로 시대적 기록성이 강하다. 그 수용자가 부유층 또는 중산층, 노동자이건 일러스트레이션은 인쇄되어 소비되고 저장되며 보여지기 위한 노출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시대의 사회, 문화적 양상과 양식, 의식, 유행 등을 담아 대량으로 복제하여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일러스트레이션의 위상은 디자인 영역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넘나들고 대중 조형예술로서 인식되고 있다는 것, 또한 순수 미술과 일러스트레이션의 표현 방법의 차이에도 경계가 없이 창작자 지향성을 추구하고 있으며 차별화된 개성적인 조형 요소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일러스트레이션이 근본적으로 순수미술과 다른 점은 대중적인 측면에서 기호정보 체계를 갖는 것이며 대량 복제를 통해 메세지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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